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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페퍼톤스 “뉴테라피 음악 배반하지 않겠다“
모험 즐기는 인디계의 영원한 아이돌
화장 지워보니…민낯도 우월하더라
`행운을 빌어요`는 페퍼톤스식 작별인사
기사입력 2012.05.14 10:01:01 | 최종수정 2012.05.15 23:5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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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쾌하고 명랑한 뉴테라피 음악을 표방하며 많은 마니아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2인조 밴드 페퍼톤스(신재평·이장원)가 2년 5개월 만에 정규 4집 ‘비기너스 럭’(Beginner’s luck)으로 돌아왔다.

‘우울증을 위한 뉴테라피 2인조 밴드’라는 초심을 그대로 간직한 모습이 정겹다. (개인적으로 동년배로서) 그 스스로 21세기 ‘청춘’ 밴드라 소개하는 패기 또한 반갑다.

기대했던대로 청량제 같은 음악 선물을 들고 돌아온 페퍼톤스지만 눈에 띄는 변화는 분명 있다.
기존 페퍼톤스 음악을 대표하던 팬시하면서도 다양한 소리의 향연이 아닌, 철저한 밴드 사운드로 무장했다는 점이다.

“저희 나름대로 앨범을 쌓아가는 철학이 있는데, 이를테면 비슷한 느낌의 앨범을 계속 발매해 자기 색을 굳혀가는 경우도 있지만 전작으로부터 탈피하기 위한 의도적인 시도를 하는 경우도 있잖아요. 후자의 경우 위험부담도 있는 게 사실이지만 저희는 그런 의미에서 모험을 즐기는 편입니다.”

전작들의 느낌을 생각하고 접하면 다소 낯설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들을수록 담백한 맛이 있다. 싱그러움 속에서도 오랜 음악 내공이 곳곳에 스며들어있다. 신재평은 “사실 이번 음반을 만들면서 좀 생경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처음엔 낯설었는데 듣다 보니 계속 듣게 되더라’는 평이 많아 반갑고 좋다”고 말했다.

3집 땐 멤버간 의견 충돌도 있었지만 4집 작업은 마치 처음 페퍼톤스로 의기투합했을 때와 같은 느낌의 즐거운 작업이었다. 그는 “이번 앨범을 위해 라디오도, 공연도 다 접고 음반에만 몰두했는데, 음반 만드는 게 제일 재미있는 일이라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았다” 했다.

타이틀곡 ‘행운을 빌어요’는 작별의 순간을 경쾌하면서도 긍정적인 에너지로 승화시켜 표현했다. “작별인사에도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마음속에 아릿한 감정이 있지만 서로를 위해 힘차게 보내준다 할까요. 우리는 좀 수줍은 사람들이기도 하고, 페퍼톤스 식의 작별인사가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 만들어진 곡이죠.”

이밖에 ‘For All Dancers’. ‘러브앤피스’, ‘Robot’, ‘wish-List’, ‘아시안게임’, ‘검은 산’, ‘BIKINI’, ‘바이킹’, ‘21세기의 어떤 날’, ‘fine’ 등 개성 충만한 총 11곡이 수록됐다. 전 곡이 타이틀감으로 손색이 없다는 평을 들을 정도로 개성 있고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이전의 작업물들의 경우, 조미료 같은 게 많이 있었어요. 굳이 열심히 듣지 않아도 귀에 걸리는 소리가 굉장히 많았죠. 이번엔 라면스프 같은 게 빠지면서 사골국에 가까운 느낌의 곡들이 나오게 됐죠. 이번엔 여러 번 듣고 싶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작업했어요.”(이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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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데뷔 EP ‘A Preview’를 시작으로 1집 ‘Colorful Express’, 2집 ‘New Standard’, 3집 ‘Sounds good!’에서 보여준 기발하고 엉뚱한 상상력을 떠올리면 언뜻 페퍼톤스(Peppertones)라는 팀명과 다소 상반된 행보를 택한 게 아닌가 싶다.

“처음 페퍼톤스 음악을 시작했을 땐 패치워크, 퀼트 같은 식이라고 해야 할까요. 이런 저런 소리를 갖다 붙이는 방식으로 만들었죠. 전체적인 편성보다는 순간순간 매력적으로 들리는 소리들로 구성했는데, 그런 음악은 공연장에서 온전히 전달해드리기 힘든 점이 있더라고요. 그런 경험을 하다보니 우리 안에서도 변형이 일어난 거죠. 약점을 보완하면서 페퍼톤스에 대한 요구를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 전작들이 음반 쪽에 더 무게가 실렸다면 이번에는 공연에서도 훨씬 만족할 수 있을 겁니다.”(신재평)

페퍼향이 좀 옅어지면 어떠하랴. 이번 앨범을 계기로 음악 팬들로서는 페퍼톤스 음악을 골라 듣는 재미가 더 커진 셈이다. 기존 음악의 화려함을 ‘화장’에 비유한 신재평이 설명을 이어갔다.

“전작들이 화려하고 정돈된 인상을 주려고 했다면, 이번에는 머리도 안 감고 세수도 안 하고 얘기하는데 진짜 진하게 얘기하는, 알맹이 대 알맹이로 승부하고 싶은 느낌이었습니다.”

비우는 작업은 채우는 작업보다 오히려 어려웠다. 시험(?)에 들게한 순간도 없지 않았다. “작업 하면서 고민이 많이 됐던 게, 후반부로 갈수록 너무 화장을 안 한 것 같더라고요. 그래도 뭔가 여기에 뭘 발라줘야 하는 건 아닐까, 눈썹 정도는 그려줘야 하는 게 아닐까… ‘러브앤피스’ 같은 경우 막판엔 스트링을 넣고 싶어지기도 했는데 장원이가 넣지 말자고 중심을 잡아줬어요.”(신재평)

“어떤 결심을 하고 나아가다가도 항상 흔들리곤 해요. 이번 앨범 같은 경우도 지금 같은 컨셉을 기획하고 가다가 중간에 흔들리기도 했죠. 제가 흔들리면 재평이가 밀어 붙이고, 재평이가 흔들리면 제가 밀어 붙이고 그렇게 해서 완성했어요. 변화는 우리가 좋아하는 것이지만, 한편으론 무서운 거니까요.”(이장원)

하지만 짙은 화장을 벗어낸 민낯마저도 우월한 페퍼톤스의 음악을 듣고 있자니 원판 불변의 법칙은 음악에도 적용이 되는 건가 싶다. 아직은 민낯이 조금 어색할 지 몰라도, 스스로도 그리고 듣는 이들도 금세 적응될 터다.

눈에 띄는 또 하나의 변화는 객원보컬의 비중이 현저히 줄었다는 점이다. 이번 앨범에 참여한 객원보컬은 ‘검은 산’을 부른 김현아(랄라스윗)가 유일하다. 페퍼톤스는 “우리 이야기를 가사로 쓰다 보니 아무래도 직접 부르게 되더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예쁜 목소리의 여성 보컬을 위해 몰래 쟁여놓은 곡들이 있는걸까.

“있긴 있는데 예전만큼은 그런 노래가 잘 안 나와요. 예전엔 예쁜 멜로디를 만들어놓고 가사를 붙이고 했다면 지금은 단어 혹은 문장 하나를 만들어놓고 거기에 곡을 붙이는 식으로 작법이 바뀌다보니 곡의 주제 자체가 주변에서 실제로 나오게 되요. 없는 걸 제조해내는 게 아니라 있는 걸 표현하는 식이 되다 보니 아무래도 직접 부르게 되는 게 많아졌고요. 그래서인지 여성 보컬이 부르는 노래는 예전만큼 많이 쓰진 않고 있어요. 그래도 에프엑스와 같이 작업한 것 처럼 여가수들과 협업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곡을 들려드리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신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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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자는 페퍼톤스의 음악에 대해 ‘산소 호흡기 같은 음악’이라고 평했다. 하지만 이장원은 “산소 호흡기이긴 한데, (호흡기를) 뗐을 때도 숨을 쉬어야지 않겠는가. 치료가 돼 있어야 하는”이라며 테라피의 의미를 강조했다.

이들의 마법 같은 테라피에 ‘힐링’ 되는 수많은 팬들 앞에 설 때의 짜릿함은 페퍼톤스가 음악을 계속 해나갈 수 있는 결정적인 힘이다.

“정말 좋아요. 하루하루 그렇게 살 수 있다면 큰 목돈도 필요 없을 것 같고, 더 바랄 나위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생활을 오랫동안 하기 위해 여러 가지 고민거리가 생기는 건 사실이지만, 음악 하고 연주하고 사람들과 음악으로 소통하고 그들이 웃는 표정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더 이상 필요한 게 없을 정도로 즐거운 일이에요.”(이장원)

웬만한 팬심이 아니고서야 음반가게로 잘 향하지 않는 21세기 대한민국 음악시장 현실에도 페퍼톤스의 음반은 단연 소장하고픈 앨범으로 손꼽힌다. 페퍼톤스는 팬들에 대한 감사와 다짐을 전했다.

“새롭게 우리를 좋아해주시는 분들도 소중하고, 더 많은 분들이 우리 음악을 들어주셨으면 하는 마음도 물론 있어요. 그렇지만 현재 우리 음악을 즐겁게 들어주시고, 힘들 때 위로 받으시며 아껴주시는 분들, 아군이 제일 소중한 것 같아요. 그분들이 기대하는 게 무엇일까를 늘 생각하고. 뉴테라피 내지는 어떤 식의 위로를 받고자 하는, 그걸 배반하진 않을 거에요. 늘 긍정적인 음악을 할 것이고요. 어느새 우리도 그분들이 있다는 걸 알게 돼서 믿고 까부는(음악 하는) 것 같아요(웃음). 이번에 밴드 해보자 하면서도, 뜬금 없는 작품을 들고 나와도 ‘페퍼톤스가 왜 이런 걸 했을까’ 하는 의미를 찾아주실 수 있을 것 같아서. 너무 감사하죠.”(신재평)

이들은 지난 4월 말 열린 뷰티풀민트라이프(BML) 2012 ‘최고의 공연’의 기억을 안고 6월에 있을 소극장 단독 콘서트를 맹렬히 준비 중이다. 여름에는 전국의 클럽을 돌며 공연을 하겠다는 야심찬 계획도 갖고 있다.

라이브 무대에 올라선 “앨범으로 들으면 더 좋다”며 능글맞게 앨범 홍보도 하지만, 이미 페퍼톤스는 내로라하는 라이브 강자. 공연 티켓을 구하기 위해서는 빛의 속도로 클릭을 해야만 티켓을 구할 수 있다. 데뷔 연차가 쌓여갈수록 그 내공이 빛을 발하는 페퍼톤스에겐 ‘인디계의 영원한 아이돌’이라는 칭호가 결코 아깝지 않다.

데뷔 초부터 카이스트 출신이라는 학벌 때문에 ‘엄친아’ 타이틀을 달고 다니던 두 사람이지만, 이토록 즐겁고 행복한 일, 음악을 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진정한 엄친아가 아닐까. 어쨌거나 초심자의 마음으로 돌아간 페퍼톤스, 행운을 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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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유튜브 "바이킹" 영상 캡처

★ 비하인드 에피소드. 페퍼톤스는 바이킹에서 [귤 까먹으며 UCC를 찍었]다.

4집 수록곡 중 9번 트랙 ‘바이킹’은 1년 반 전, 제주도로 보름간 작곡 여행을 떠났을 당시 만든 곡이다. 숙소 근처에 위치한 산방산랜드에 있는 바이킹을 하루도 빼놓지 않고 탄 덕분에 탄생한 곡이 바로 ‘바이킹’인 것.

실제로 두 사람이 바이킹을 타는 모습은 유튜브에 게재된 UCC로 엿볼 수 있다. 이장원이 제작한 이 동영상에는 바이킹 위에서 본 제주도의 풍광은 물론, 콩알만하게 보이는 신재평의 깨알 같은 포즈와 이장원의 신바람 나는 표정이 담겨있다.

당시 이들은 주머니에 귤을 넣고 까먹으면서 바이킹을 탔다고 한다.
특히 이장원은 맞은편에 앉은 신재평에게 귤을 먹여주기 위해 고군분투 했다고 했다.

“재평이와 제가 서로 양쪽 끝에 앉아 바이킹을 탔는데 제가 위로 올라가면 재평이가 있는 아래 쪽으로 귤을 던져봤어요. 귤을 던지면 먹을 수 있을까 싶어서 해봤는데 안 되더라고요.”(이장원) 그는 카이스트 석사 출신답게 귤 실험이 실패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와 이것이 성공하기 위한 조건을 과학적이고 논리적으로, 매우 진지하게 설명했다.

“아, 장원아 이러지 마…. 사실 저희가 전날 술 먹고 숙취가 남은 상태에서 해장용으로 바이킹을 많이 탔어요.(웃음) 저는 영상을 찍을 생각도 안 했었고, 저쪽에서 찍길래 그냥 포즈를 취했어요. 나중에 동영상을 직접 편집해 올린 걸 보니 재미있더라고요.”(신재평)

상쾌한 바람을 맞으며 바이킹을 탈 때의 신나는 느낌과 달리, 곡 ‘바이킹’은 경쾌한 듯 다소 쓸쓸하고 아련하게 다가온다. “바이킹을 탈 때 기분이 늘 좋지만은 않더라”는 신재평의 말처럼, 제주도를 떠나기 전날 마지막 바이킹을 타고 돌아온 뒤 왠지 쓸쓸해졌다는 이들은 그날 밤, 또 하나의 ‘바이킹’을 만났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사진=안테나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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