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투데이

  • 뉴스
  • 스포츠
  • 오피니언
  • 포토
  • 게임
속보
이전 정지 다음
2월 18일 월 서울 4.2℃흐림
pre stop next

뉴스 > 인기포토N 프린트 구분이미지 이메일 전송 구분이미지 리스트
[인터뷰] 에픽하이의 환한 웃음에 눈물이 난다
기사입력 2012.10.24 08:01:06 | 최종수정 2012.10.24 08:23:18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기사 나도한마디

본문이미지
“철저하게 밝은 콘셉트로 하자고 작업한 앨범이에요.”(타블로)

3년여 만에 세상에 나온 에픽하이의 새 앨범 ‘99’에 대한 타블로의 솔직한 설명이다. ‘에필로그’ 앨범 후 2년 6개월, 에픽하이에게겐 끝이 보이지 않는 긴 터널 같았을 것이다. 멤버 두 사람의 군 입대 후 타블로에게 닥친 학력루머와 관련한 불운은 개인 혼자 감당하기 지나치게 벅찬 것이었음이 분명했다.

한 때 새로운 참여 민주주의 실험장과 ‘집단지성’으로 여겨졌던 인터넷 공간과 네티즌들이 익명성의 그늘 뒤에서 얼마나 야만적이고 폭력적으로 변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극단적인 사례였다.
타블로의 학력의혹을 제기했던 네티즌들은 결국 법의 심판을 받게 됐다. 이를 지켜보는 미쓰라진과 투컷츠의 마음은 먹먹할 뿐이었다.

“안타까웠어요. 옆에서 어떻게 해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으니까요.”(미쓰라진)

“타블로 오래 지켜본 사람으로서 그의 감성을 아는 사람으로서 걱정도 많이 되고 안타까웠어요. 건드리면 티가 나는, 상처가 쉽게 나는 사람이거든요. 그런데 아무 도움도 줄 수 없었으니‥.”(투컷츠)

두 사람 모두 말을 끝까지 잇지 못했다. 그런 두 사람을 보는 타블로 역시 두 멤버에게 미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개인에게 일어난 일인데, 행여나 멤버들이 가장 좋아하는 일을 못하게 될까봐서요.”(타블로)

타블로는 이번 앨범 작업에 들어가기 전 이미 앨범에 담을 전체 색깔을 어느정도 골라놨다고 한다. 그리고 3년 만에 만난 세 사람은 자신들이 가진 가장 밝은 색들을 꺼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 작업과정에서 세 사람이 가장 신경쓴 부분은 타블로의 색이 에픽하이에 물들지 않게 하자는 것.

본문이미지
“제 입장에서는 오랜만에 뭉친 멤버들에게 슬픈 노래를 부르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렇게 되면 그건 내 노래를 부르는 거지 에픽하이의 노래가 아니지 않을까 싶었고요. 무엇보다도 무대가 가장 그리웠었어요. 셋이 가장 뭉쳐, 무대 위에서 관객 앞에서 노래하는 게 그리웠는데 돌이켜 보니 웃으면서 노래할 수 있는 것이 그리 많지 않더라고요.”(타블로)

자신들의 전공인 힙합 보다 록에 가까운 음악적 시도들이 눈에 띄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에픽하이의 이번 앨범에는 전체적으로 메이저 코드의 곡들이 주를 이루고 밴드 사운드가 귀에 들어온다.

“음악을 들으며 가장 즐거웠을 때를 생각해 보니 90년대 중후반 이더군요. 한창 소위 얼터너티브 록 음악, 그런지 음악이 유행하던 시절이요. 특히 제가 그린데이 ‘두키’(Dookie) 앨범을 좋아했는데 멜로디는 엄청 밝고. 노래만 들으면 놀이동산에서 뛰어노는 순수한 애들 같은, 가사는 뭔가 비꼬는 듯 하지만 (영어를 못알아 듣는다면) 부모님과 같이 들어도 무색할, 그런 노래를 만들어 보자 했어요. ‘돈 헤이트 미’(Don't hate me)가 그렇게 만들어졌죠. 그냥 그 당시의 록을 하자, 힙합과 접목시키고 그럴 필요 없이, 이건 랩이 들어간 록 곡이다. 이런 느낌으로요.”(타블로)

에픽하이는 이번 앨범에서 랩 역시 노래인지 랩인지 모를 멜로디성이 강한 랩을 여러곡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타블로는 미쓰라진에게 특별한 주문을 했다.

본문이미지
“타블로씨에게 ‘시에틀에서 밴드를 꿈꾸는 고등학생들이 하는 랩 처럼 해달라’는 주문을 받고 이틀 동안 혼란에 빠졌어요. 대체 그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어떤 사람이길래 시에틀에서 랩을 하고 싶은 걸까.(웃음). 결국엔 더 많이 덜어내면 되지 않을까 싶었죠. 멋있어 보이는 것처럼 쓰는 가사도 아니고, 쉽게 가거나 쉬워 보이지 않되 쉽게 들리는 가사를 쓰려고 했죠.”(미쓰라진)

앨범 전체 수록곡들의 주제는 다양하지만 정서는 분명 일관성이 있다. 타이틀곡 ‘업’(UP)과 ‘돈 헤이트 미’ ‘뉴 뷰티풀’(New Beautiful)은 소외당하고 핍박받는 화자가 자기 연민을 넘어 세상을 바라보는 긍정적인 시선을 담은 곡이다.

실패는 두려워도 시도하지 백만번의 날개짓. 떨어진 곳 보다 더 높은 곳이 바로 내가 넘을 한계지.('업' 가사 중)

다 나만 뭐라 해. 화살로 겨냥해. 사라지길 바래 (중략) 난 너만 내 편이면, 내 팬이면 돼.('돈 헤이트 미' 가사 중)

세상이 내게 지어준 이름이 많아. 이상한 애, 외톨이, 약자, 왕따, 이단아. 끼보단 끼는 게, 조화가 되어 꽃 피는 게 아름다움이라면 너나 해. 난 괴물이잖아.('뉴 뷰티풀' 가사 중)

다른 수록곡 역시 마찬가지다. ‘악당’이나 "그 남자에게는 네가 아깝다"고 노래하는 ‘아까워’ 역시 삐딱하지만 특유의 재치와 유쾌한 시선이 돋보이는 곡들이다.

본문이미지
“내년이 10주년이거든요. 그전에 뭘 해야 하나, 완벽히 긍정적인 앨범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앨범을 만들기 시작할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아직 정리되지 않은 어두운 면이 있어요. 그런게 자꾸 나오긴 하더라고요. 그래서 만들면서 좀 두려웠어요. 행복하고 싶은데‥.”(타블로)

이번 에픽하이의 앨범은 행복하고 싶다는 기본적이고 당연한 욕구와 바람이 만든 결과물이다. ‘돈트 헤이트 미’의 가사 중 ‘제가 그렇게 미워요? 저를 사랑해줘요’라는 한마디가 외마디 절규처럼 들리는 건 누군가의 증오를 벗어나 행복하고 싶다는 이들의 간절함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고 다분히 코믹한 음성으로 녹음한 것은 더 이상은 가슴을 치면서 목 놓아 울고 싶지 않다는 의지인 듯 들린다.

희망이나 요즘 유행하는 말로 '힐링'이라는 단어를 붙이면 그럴싸 하게 들리질 지 모르지만 어찌 사치스럽게 보일정도다. 인간으로 살아 행복할 권리, 에픽하이의 환한 웃음에 눈물이 나는 이유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제용어사전 프린트 구분이미지 이메일 전송 구분이미지 리스트

브런치 연예
인기 포토
오늘의 화제
좌쪽이동 우측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