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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실험연극 거장 팀 크라우치 인터뷰 “웃음에는 잔인함이 숨어있죠“
국립극단·영국문화원 공동 공연
1인극 `나, 말볼리오` 각본·주연
객석 불빛, 관객도 모두 주인공
기사입력 2016.09.23 16: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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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에게 복수할거야!"

관객들이 웅성웅성 자리를 찾아가는 중 무대 위에 서 있는 노란 양말에 우스꽝스러운 칠면조 옷을 입은 말볼리오가 분노에 차 외친다. 셰익스피어의 `십이야`에서 그에게 주어진 마지막 대사다. 관객들이 서로를 힐끔거리며 눈치를 본다. 객석 위의 불이 아직 환하다. 연극은 시작된 걸까.

작가이자 배우인 팀 크라우치(52)는 2002년 데뷔해 토털 씨어터 어워드, 오비 어워드, 프리 이탈리아상 등을 수상한 실험 연극의 거장이다. 그의 대표작들은 자신이 쓰고 연기해온 `템페스트`의 괴물 칼리반이 주인공인 `나, 칼리반`과 `맥베스`의 뱅코우 입장에서 쓴 `나, 뱅코우` 등 셰익스피어 작품 속 조연을 재조명 한 작품이다.

`십이야`는 올리비아와 올시노 공작 그리고 비올라와 세자리오 쌍둥이 남매의 오해로 엇갈린 사각 관계를 다룬 희극이다. 작품 속 말볼리오는 올리비아의 집사로 매사에 지나치게 진지한 청교도주의자로 토비 벨치가 꾸민 가짜 연애편지에 속아 올리비아에게 구애하다 망신을 당하는 인물이다. 이번 국립극단과 영국문화원의 공동 주최로 초청한 `나, 말볼리오`는 이 말볼리오가 주인공인 1인극이다.

"나의 극은 희극과 비극을 오간다. 원래 웃음은 잔인하다." 크라우치는 프랑스의 철학자 앙리 베르그송을 인용하며 `웃음`이 거리감에서 온다고 말한다. 그는 "사람들은 남의 불행에 웃는다. 또 그 불행이 나와 전혀 상관없는 거리감이 느껴지는 일일 때 웃을 수 있다. 말볼리오를 향한 웃음처럼 말이다. 말볼리오가 당한 망신은 억울하고 슬픈 일이지만 나랑 큰 상관없는 조연의 일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웃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의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참여`다. 작품 속 말볼리오의 모든 대사는 관객들을 향한다. `지금 이게 웃겨? 너흰 원래 그런 놈들이야!` 그는 관객들을 대놓고 비난하고 자극한다. 또 그는 종종 관객들을 무대 위로 불러 자신을 발로 차게 하고 자신에게 신발을 가져달라, 옷을 입혀 달라는 등 일을 시킨다. 암전이 이뤄지지 않은 채 극이 진행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내가 프로타고니스트라면 관객은 안타고니스트다. 나는 나를 비웃는 관객들에게 `십이야`에서 말볼리오를 악의적으로 골탕 먹인 `토비 벨치`역을 맡긴 것이다"고 설명한다. 이어 "배우인 관객들의 자리에도 당연히 빛이 있어야 한다. 나와 관객의 긴장과 호흡이 사실상 극의 줄거리인 셈"이라고 말한다.

말볼리오의 복수는 토비 벨치를 향한 것이지만, 크라우치의 복수는 관객들을 향한 것이다. 그는 마지막에 관객들에게 돌아올 거라고 말한 뒤 무대를 떠난다. 그리고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는 "박수 칠 기회를 앗아가는 것이다. 관객의 박수야말로 극을 끝내고 극을 평가하는 순간이다. 그 권력을 뺏는 게 내가 처음에 외친 배우로서 나의 복수"라고 말한다. 극이 끝나고 나면 시작 때처럼 관객들은 "끝난거야?"라고 물으며 눈치를 본다.

이처럼 그의 연극에서 관객은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다. 그는 관객과 배우가 함께 숨쉬는 연극에만 미래가 있다고 말한다.

"영화, TV에 연극이 위협받는다. 그러나 정말 위험한 건 그들이 잘나간다고 연극이 그들의 복제품이 되는 것이다. 영화의 세계는 정지된 `리얼리즘`이다. 영화 카메라가 컵을 찍으면 컵, 무생물 그 이상이 될 수 없다.
연극은 그렇지 않다. 무대 위에서 컵은 성배도 될 수 있고 캐릭터도 될 수도 있다. 연극은 상징의 세계이고 추상의 세계이며 무엇보다 `살아 움직이는` 세계다. 오로지 연극에서만 찾을 수 있는 가치를 확장시킬 때 연극에 미래가 있다"고 말한다. 24일까지 서계동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 (02)1644-2003

[김연주 기자 / 사진 = 김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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