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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미옥‘ 김혜수 “부족한 나와 마주하는 일…괴롭고 겁난다”
기사입력 2017.11.11 08:01:01 | 최종수정 2017.11.11 12:3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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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누아르 영화 ‘미옥’으로 돌아온 김혜수. 제공|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강영호 작가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다시 태어나면 또 배우요? 아니요, 안 해요. 이번 생에서 정말 오래 해봤잖아요.(웃음)”

김혜수(47)는 이렇게 말하며 코끝을 찡긋거렸다. 청춘스타로 연예계 데뷔한 뒤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스타의 자리에서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는 그의 예상 외 답변이었다.

여성 누아르 영화 ‘미옥’의 개봉 전 만난 김혜수는 “낯선 장르, 신선한 캐릭터, 기대 이상의 무게감에 선뜻 하겠다고는 했는데 막상 영화 홍보 문구 속 ‘여성 누아르’라는 단어, 내 얼굴이 꽉 찬 포스터를 보니 부담감이 확 느껴진다”며 웃었다.

여배우가 설 자리가 없기로 유명한 충무로, 그 안에서 여주인공이 타이틀 롤을 맡은 데다, 남성의 장르로 상징되는 누아르, 여기에 신예 감독까지. “김혜수가 아니었다면 가히 상상하기 힘든 영화가 아닌가”라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
관객분들도 여성영화가 왜 이렇게 제한적이냐는 말씀을 많이 하신다. 그런 니즈에 부흥해 영화가 기획됐고 감사하게도 내게 기회가 온 것 뿐”이라고 겸손하게 답했다.

‘미옥’은 범죄조직을 재계 유력 기업으로 키워낸 2인자 나현정(김혜수)과 그를 위해 조직의 해결사가 된 임상훈(이선균)의 물고 물리는 전쟁을 그렸다. 주인공인 나현정은 매우 치밀하게 일하고 인정도 받지만, 사실한 평범한 삶을 꿈꾸며 모든 걸 끝내기를 소망하는, 남몰래 은퇴를 준비하는 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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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수는 `미옥`을 택한 이유로 장르와 캐릭터에 대한 공감을 꼽았다. 제공|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강영호 작가

’타짜’, ’도둑들’, ’관상’, ’차이나타운’, ’굿바이 싱글’, ’시그널’ 등 작품마다 파격적인 연기 변신을 이어온 그는 ‘미옥’을 통해 과감한 액션에 도전하며 또 한 번 강렬한 존재감을 과시한다.

김혜수는 “처음 시나리오를 받고 ‘여성 누아르’라는 낯선 장르에 대한 호기심도 물론 컸지만, 나현정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그리고 등장인물 간 서로 다른 엇갈린 욕망이 만들어내는 심리적인 묵직함이 매력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직 생활을 버리고 평범한 생활을 꿈꾸는 나현정에게 공감이 갔다. 일은 비현실적인 직업인데, 사실 나 역시 그렇지 않나”라며 운을 뗐다.

“저는 굉장히 운이 좋은 케이스예요. 물론 저 역시 백조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끊임없이 발버둥치고 슬럼프도 겪고 그것을 타파하기 위해 애쓰긴 했지만 그건 모든 배우들이 그러하니까요. 늘 기대치에 못 미치는 모습을 보여드렸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면당하지 않고 다음 기회를 얻을 수 있었으니까. 굉장히 운이 좋았던 거죠.”

어떤 답변이든 시종일관 자신을 낮추고, 말 하나 하나에 신중함과 진솔함을 담았다. 특히 ‘톱스타’ ‘원톱 여배우’ ‘인기’ 등 김혜수와 잘 어울리는 수식어에 민망함을 감추지 못했다.

김혜수는 “누구나 끝없이 성장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사실 불가능한 일이다. 몇 번의 실패나 시행착오 끝에 한 발짝 나아가고 됐다 싶을 때 또 다른 도전을 해야 하고, 무언가를 얻었을 때 내려놓아야 하는 직업”이라고 말했다.

“어릴 땐 너무 뭘 모르니까 매사에 용감하고, 크게 상처 받지도 않았는데…지금은 다르죠. 많은 걸 알게 됐지만 내가 아는 만큼 표현해내지 못할 때, 어떻게 해야할지 머리로는 아는데 그것을 온전해 해내지 못했을 때 너무나 고통스러워요. 그리고 그 부족한 모습을 스스로 확인할 땐 힘들고 또 겁이 나죠. ‘이제 정말 난 안 되나?’라는 자괴감에 빠지기도 하고요.”

예상치 못한 진솔함에, 자신의 내면을 덤덤하게 고백하면서 중간 중간에 살짝 울컥해 하는 김혜수를 보고 있자니 왠지 모를 숙연함이 생겨났다. 이런 위치에서 이 만큼 자신을 냉정하게 평가하고 되돌아보고 채찍질하는, 그리고 그것을 누군가에게 진솔하게 이야기하는 이가 이 세계에 몇이나 될까. 왜 그가 그토록 오랜 기간 큰 사랑을 받을 수밖에 없었는지를 새삼 깨닫게 하는 대목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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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나면 배우는 안 한다"고 쿨하게 답한 김혜수. 제공|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강영호 작가

“그렇게 힘이 들 때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해보려고 발버둥 칠 때도 있고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숨어버릴 때도 있어요. 그렇게 좌절과 용기내기를 반복하다 보니 이렇게 오랜기간 이 일을 하고 있네요.(미소)”

그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자 하느냐, 캐릭터가 얼마나 매력적인가’를 가장 중점적으로 보는데 사실 콘텐츠가 아무리 매혹적이어도 현재 내 역량으로는 절대 못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 인정하고 포기할 때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예전에는 무리한 도전인 걸 알면서도 무조건 해보자는 마음이 앞섰는데, 그리고 그것조차 성장의 동력이라는 믿음도 있었는데 이제는 ‘무리한 욕심’이라고 여겨지면 내려놓게 된다. 두려움과 용기, 도전과 포기가 늘 공존한다”고도 했다.

끝으로 ‘충무로에서 여배우로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냐’라는 질문에는 “결국 인생과 무관하지 않다. 그 의미를 규정하지 못했고 그래서 아직까지 하고 있는 것 같다. 그 의미를 모른 채 배우 생활을 끝낼 수도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다시 태어나도 배우를 하고 싶나?”라는 질문에는 “또 다시는 못 할 것 같다. 쿨하게 답하겠다. 안 한다”며 특유의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김혜수을 필두로 이선균 이희준이 출연한 ‘미옥’(감독 이안규)은 9일 개봉, 극장에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kiki202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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