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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조민수 “죽는 날까지 ‘심장을 흔들어 달라’고 기도한다”
“인간사 배우기 힘든 연예계, 후배들 가슴 속 아픔 깊이 공감”
“살아 숨 쉬는 연기 하고파…작품 하나하나가 소중한 기록”
기사입력 2018.07.01 08:01:01 | 최종수정 2018.07.01 09: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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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로 4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조민수. 제공 | 워너브라더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천생 배우? 베테랑이요? 글쎄요, 연기할 때 전~혀 즐겁지 않은 제게…어울리는 수식어일까요? 뭔가를 만들어내는 과정 그리고 현장이 지옥 같기만 한 걸요. 그래요, 하지만 그 어떤 것을 원하는 대로, 그 이상으로 표현해냈을 땐 ‘이래서 연기하지!’라는 뿌듯함과 함께 형언불가의 행복함을 느껴요. 그 맛 때문에 지금까지 연기를 해 온 것 같아요. 가끔 선배들에게 물어보면 다들 그렇다고 하더군요.(웃음)”

배우 조민수(53)가 ‘피에타’(감독 김기덕) 이후 4년 만에 박훈정 감독의 ’마녀’로 스크린에 돌아왔다. 출연하는 작품마다 압도적인 에너지,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그는 ’마녀’에서 천부적 재능·지적인 외모 뒤에 악랄한 본성을 숨긴 ‘닥터 백’으로 또 한번 관객의 뒤통수를 친다.

“이번에도 역시나다. 존재감이 대단하다”고 인사를 건네니, “죽는 줄 알았다.
매번 느끼지만 연기는 너무 어렵다. 우스갯소리로 ‘진짜 연기하기 싫다’는 말을 하곤 한다. 새로운 걸 만들어내는 작업은 여전히 힘들다. 너무 잘 하고 싶어서인지 이번엔 더욱 더 그랬다”며 엄살을 부렸다.

이어 “오래 전부터 생각했는데, ’30년 도자기를 빚으면 장인일 텐데 우리는 왜 이럴까?’라는 자괴감에 빠지곤 한다. ’왜 매번 새로운 걸 만들어야 하고, 실수의 불안함을 느껴야 할까?’라는 질문에 휩싸인다"고 털어놓았다.

“‘예쁘다, 예쁘다하면 예뻐질 거야.’ 이 대사 하나로 이 작품과 사랑에 빠졌다.”

조민수는 “언제부턴가 ’좋은 사람은 반드시 잘 돼야 한다’는 믿음이 더 커졌다. 박훈정 감독을 비롯해 후배들이 참 괜찮은 이들이라 이번 작품은 더 잘 해내고 싶더라. 개인적으로 작품에 임할 때 감독의 사생활이나 내면세계 등에는 관심이 없는 편인데 박 감독은 촬영 내내 연출 능력뿐만 아니라 한 명의 사람으로서 참 좋은 분이라는 믿음이 강했다. 그 선함에 배우로서 할 수 있는 좋은 연기로 보답하고 싶었다”며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처음엔 ’닥터 백’을 그저 ‘미치광이 박사’로 연기하면 될 줄 알았는데 ‘유일한 사람이 돼달라’라고 하더라. 그 때부터 멘붕이 왔고 치열한 분석이 시작됐다. 닥터 백만의 당위성, 처한 상황, 본성, 이런 저런 복잡한 감정과 상황들을 녹여 상상하고 이해하고 표현하기 위해 애썼다. 정말이지 쉽지 않았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저 하나 만으로도 어려운데…신예 배우가 3명이라는 거예요. 솔직히 처음엔 걱정도 되고 책임감도 무거웠는데 현장에 가서 보니 너무 잘 하더라고요. 후배들에 대한 믿음, 감독에 대한 신뢰, 힘들지만 나 역시 잘 해내고 싶다는 바람을 한데 모아 스스로를 다스렸어요. 앞으로 제가 얼마나 더 작품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래서 그 하나 하나가 더 소중한 기록이라고 생각해요. 죽을 만큼 고민하며 해야 할 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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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수는 배우로 살아가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제공|워너브라더스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한 애착이, 동시에 베테랑 배우답지 않은 열정이 느껴졌다. 여유로울 줄 알았던 그의 치열함에 ’특별한 이유’가 있느냐고 물으니,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살 날 보다 이젠 죽을 날에 더 가까워졌다”는 것.

그는 “되돌아 보면 실수도 아픔도 많이 겪으며 살아온 지난 날이지만, 사랑하는 연기 하나에만 몰두하며 달려온 삶”이라고 했다. 이제 조민수의 꿈은 잘 죽는 것. 배우로서 한 작품이라도 더 좋은 작품을 남기고, 좀 더 좋은 연기를 펼치며 살아 숨쉬고 싶단다.

“언젠가 ‘배우의 역할’에 대해 고민해 본 적이 있어요. 제가 가수처럼 무대에서 무한한 에너지를 뽐내 힐링을 시켜줄 수도 없고, 뭘 해야 하나를 생각했죠. 고민 끝에 ‘내 연기를 보고 누군가 저렇게 살지 말자, 혹은 저렇게 살자, 혹은 시원했다’ 등의 어떤 감정을 느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을 표현할 수만 다면, 살아 있는 연기를 할 수만 있다면 그게 악역이든 선한 역이든 또 다른 어떤 역이든, 함께 느끼고 교감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래서 요즘엔 더 간절히 기도해요. 나이가 들고, 연기 경험이 쌓였다고 자꾸 모방하거나 기술적으로만 연기를 하는 게 아니라 가슴으로 할 수 있도록 ‘심장을 흔들어 달라’고요. 그게 제가 도달하고 싶은 ‘좋은 배우’가 아닐까 싶어요.”

다시 태어나도 배우가 되고 싶을까? 답은 NO. "지금도 배우가 된 걸 수없이 후회하곤 한다. 그러면서도 그 외 뭔가를 잘할 자신도, 다른 걸 할 용기도 안 난다. 그저 대중이 안 찾아주면 안 해야 되는 직업이기에, 나를 찾아주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한 그 믿음에 잘 보답하면서 진심을 담아 연기하며 살고 싶다”고 고백했다.

또한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며 “치열한 시행착오를 겪긴 했지만 좋은 밸런스를 배웠던 것 같다. 인간으로서의 질서를, 성숙함을 알아가기가 (연예계라는 곳이) 사실 너무나 힘든 구조이지만 이런 저런 과정을 통해 ‘구분하는 삶’을 배웠다”고 말했다.


“사실 연예인라는 직업군이 사람으로서 성장하기에는 되게 힘든 구조예요. 바보 되기 딱 좋다고나 할까요? 모두가 사랑해주고 퍼주고 하니 착각할 수밖에 없죠. 끊임없이 어떤 갈증과 외로움을 느낄 수밖에 없는, 아픔을 겪어야 하는 구조예요. 가르쳐주는 사람은 없고 이용하고 사용하고 버리는 이들 뿐이죠. 한 없이 따뜻하다가도 한 순간에 차가워지는.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깨닫기 시작했어요. 그래서인지 돈, 명예, 위치 보다도 좋은 사람 안에서 일하고 싶다는 욕구가 점점 더 커졌죠. 좋은 사람들 안에서 기운을 얻고 살아가는 게 반짝 지나가는 풍요로움보다 훨씬 값지니까요.”

조민수는 그러면서 실력파 후배들에 대한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때때로 아파하고 마음을 다치는 후배들을 보면 내가 겪은 일들이 떠올라 가슴이 아린다. 하지만 그럴수록 무엇이 중요한지, 스스로 왜 이 직업을 택했는지에 더 집중하며 자신의 삶과 배우로서의 삶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나는 나일 뿐인데…외부에서 규정짓는 정체성에 흔들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고 진심이 향하는 방향만 잘 보고 가면 된다고 생각해요. 그러면 반드시 스스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거예요.(웃음)”

’마녀’는 10년 전 의문의 사고가 일어난 시설에서 홀로 탈출한 후 모든 기억을 잃은 자윤(김다미 분)이 어느 날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간 후부터 의문의 인물들의 접근을 받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리 액션 영화다.

kiki202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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