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투데이

  • 뉴스
  • 스포츠
  • 패션
  • 오피니언
  • 포토
  • 게임
속보
이전 정지 다음
9월 24일 일 서울 19.8℃흐림
pre stop next

뉴스 > 영화 프린트 구분이미지 이메일 전송 구분이미지 리스트
이스탄불에서 벌어지는 고양이와 사람들 얘기
기사입력 2017.09.14 06:02:05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기사 나도한마디

본문이미지
[비욘드무비-177] "이 물은 고양이와 새들을 위한 것입니다. 사후세계로 가는 길에 물 한 모금의 친절을 바란다면 이 물은 건드리지 마십시오."

터키의 수도 이스탄불의 복작복작한 골목 곳곳에서 물과 사료가 담긴 박스를 찾아보기란 어렵지 않다. 개중 일부에 달린 표지판에는 음식의 주인이 누구인지 쓰여 있다. 바로 케디(kedi), 터키어로 '고양이'들이다.
터키 사람들은 "고양이는 이스탄불의 영혼 같은 존재"라고 서슴없이 말한다. 실제로 다큐멘터리가 담아낸 이스탄불의 모습에는 고양이들이 많다. 고양이들은 거리 한복판, 상점 계단, 부둣가 도로를 자기 집 안방처럼 여기는 듯 보인다. 주인이 있는 녀석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녀석들이 더 많다. 이들에게는 이스탄불 시민 모두가 주인이다. 이스탄불 사람들에게 지나가다 고양이가 눈에 띄면 자신이 먹던 것을 나눠주고, 그들의 머리와 등을 한동안 쓰다듬는 것은 숨 쉬듯 자연스러운 일이다.

원제로 '케디', 우리말 '고양이 케디'로 오는 21일 개봉하는 이 다큐멘터리 영화는 비단 애묘인뿐 아니라 현대인 누구라도 기쁘게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이다. 뉴스를 틀거나 영화관에 가도 점점 더 폭력적이며 부정적인 자극에만 노출되곤 하는 요즘, 작고 약한 생명체인 고양이들에게 조건 없는 애정을 쏟으며 따뜻한 공생을 이뤄가는 터키 사람들의 모습은 울림을 준다. 급격한 도시화로 재래시장이 철거되는 상황에서도 이스탄불 상인들은 무릎 위 고양이를 쓰다듬으며 "우리도 우리지만 얘네가 더 걱정이에요. 우리가 가면 돌봐줄 사람이 없잖아요"라고 혀를 끌끌 찬다.

본문이미지
영화는 이스탄불 곳곳에 사는 각양각색의 일곱 마리 고양이들, 또 그들과 연을 맺고 살아가는 터키 사람들의 에피소드들을 담담히 그려낸다. 철제 공장 지역에서 주인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갈색 털의 애교쟁이 벵귀, 보스포루스 해변의 생선요리 레스토랑 인근에서 사자처럼 쥐들을 족족 사냥하며 사랑을 받는 얼룩무늬 아슬란, 불같은 성격으로 개들도 물리치며 어떤 암컷도 자기 남편 옆에 얼씬도 못하게 공격하는 '이 구역의 미친 고양이' 쁘시꼬바 등 성격도 라이프스타일도 제각각이다.

'고양이 케디'는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외국어 다큐멘터리 흥행 부문 3위에 올랐다. 지난 2월 뉴욕 개봉 당시 단 한 개의 상영관에서 개봉하는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뜨거운 입소문으로 첫 주말 4만달러 이상의 수익을 거둔 사례도 유명하다. 이번 영화로 성공적인 장편 데뷔를 마친 신예 감독 제다 토룬은 실제로 이스탄불에서 태어나 11세 때까지 고양이들과 함께 자란 이스탄불 토박이다. 토룬은 "어린 시절 고양이가 없었다면 지금의 내가 될 수 없었을 것이다. 영화를 통해 나에게 많은 것을 준 고양이들에게 보답하고 싶었다"며 연출 계기를 밝혔다. 그녀는 "성인이 된 후 이스탄불로 돌아왔을 때 도시의 모습은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빠르게 변화하고 있었다. 그러나 고양이만큼은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이제 그들은 이스탄불에서 없어서는 안될 존재"라며 "영화를 보고 나온 관객들이 거리에서 울고 있는 고양이를 한 번 더 뒤돌아보길 바란다. 이 영화는 모든 면에서 고양이와 이스탄불에 보내는 러브레터"라고 전했다. 다음은 감독이 사전에 진행한 일문일답.

-영화를 통해 당신은 터키의 많은 사람들이 고양이들에게 인격을 부여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 듯하다.

▷영화에서 사람들은 고양이 캐릭터에 대해 자신만의 해석이나 의견, 개인적인 이데올로기를 투사한다. 때로는 맞고 때로는 맞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인구가 2000만명에 이르는 이스탄불 같은 도시에서 대규모의 고양이 집단이 있다는 것 자체가 아름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스탄불은 인구가 조밀하게 모여 있고 사람들끼리는 이렇게 정서적으로 정직한 상호작용을 하지 않는다. 모든 교감은 고양이와 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관계에서 갖는 열정적인 모습은 모두 고양이와의 관계에서 나온다. 그래서 우리가 인터뷰한 사람 중 한 명이 고양이가 우리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라는 것을 말했을 때 많은 면에서 정말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누군가를 이해하고 싶다면, 그가 고양이와 어떻게 행동하는지, 고양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보면 그 사람에 대해서도 더 잘 알게 될 것이다.

-당신에게 고양이란.

▷이스탄불에서 태어나 11세까지 자랐다.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아파트에 살았다. 현재 이스탄불에서 단독주택은 매우 드문데 어린 시절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내 주변에는 고양이가 많았지만 그중에서도 한 고양이가 내 삶에 들어와 좋은 친구이자 동료로 남았다. 그녀는 많은 새끼 고양이들을 낳았고 나는 새끼들을 돌봤다. 그래서 나는 고양이들에게 연대감과 친밀감을 느낀다. 적어도 고양이 한 마리와 함께하면서 같은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 그들과 연결되어 있다면 당신은 매우 아름다운 우정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이 우정은 당신의 영혼과 상상력을 건강하게 해준다.

-이스탄불에 고양이와 관련된 공식 정책 같은 것이 있는지.

▷이스탄불에는 고양이를 돌보는 많은 기관들이 있고 그들은 성공적으로 잘해내고 있다. 그러나 도시가 커지면서 사람들은 많아지고 있고 수많은 고양이들이 있기 때문에 정부의 많은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고양이를 정치 이슈에 포함시키지 않기로 한 것은 큰 도전이었다. 정보를 주는 영화보다는 경험적이고 감성적인 영화를 만드는 게 중요했는데 고양이가 수천 년 동안 인류학적으로 어떻게 우리와 함께 있었는지에 대해 나 또한 역사적으로 실제적으로 접근하지 않기 때문이다. 많은 흥미로운 정보들이 있지만 미적 감각을 충족시키지는 못한다.
나에게는 영화를 본 관객들의 입에 남기 원하는 전반적인 맛의 그림이 있었다.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무엇을 얻길 바라나.

▷고양이가 어떻게 우리에게 현재를 일깨워주는지 중요성을 아는 것,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 환경에 상관없이 삶과 자연을 잘 융합시키는 방향에 대해 생각을 시작하는 것이다. 영화를 보고 나서 토론과 생각이 시작된다면 정말 아름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일상생활이 얼마나 자연의 소소한 것들과 연결되어 있는지에 대해 말이다.

[오신혜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제용어사전 프린트 구분이미지 이메일 전송 구분이미지 리스트

브런치 연예
인기 포토
오늘의 화제
좌쪽이동 우측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