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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콜미 바이 유어 네임‘ 내가 당신이, 당신이 내가 된다는 것
제90회 아카데미 각색상 수상작
사랑이란 `감정의 결` 섬세히 포착
기사입력 2018.03.09 15:55:51 | 최종수정 2018.03.09 16:3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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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랑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타고 달린다. 그 전차는 간혹, 아니 꽤나 자주 원래의 궤도에서 이탈해 이리저리 흔들리며 줄달음친다. 사랑의 본질이란 그런 것이기 때문이다. 사랑은 불안이자, 두려움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전차를 타고 달리는 게 혹여나 나 혼자는 아닐까라는 불안이자 두려움.

 그래서 우리는 감춘다. 애써 들키지 않으려 감추고, 부끄럽지 않으려 감춘다. 상처받기 싫은 것이다. 그럼에도 아주 드물게, 우리는 기적적인 순간을 마주하기도 한다. 사랑이라는 이름의 전차에 올라탄 게 비단 나뿐이 아닌 당신이기도 함을 확인하는 바로 그 순간에서. 그럴 때면 이젠 말할 수 있게 된다. "네 이름으로 나를 불러줘"라고, "나도 내 이름으로 너를 부를게"라고.

 '콜미 바이 유어 네임'은 사랑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타고 달리는 두 남자의 이야기다. 그렇게 서로의 이름을 부름으로써 내가 당신이 되고, 당신이 내가 되는 이야기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전차의 주행 시간은 제한돼 있다. 배경은 1983년 이탈리아 북부의 리비에라. 이곳에 깡마른 체구의 우수 어린 눈빛을 지닌 열일곱 살 소년 엘리오(티모시 샬라메)가 있다. 그리고 고고학자인 아버지(마이클 스털버그) 연구를 도우려 이곳으로 온 스물네 살 '여름 손님' 올리버(아미 해머)가 있다.

 영화는 조심스러운 탐색전 후 서로를 갈구하는 두 사람의 교감을 굉장히 관능적으로, 그리고 서정적으로 그려낸다. 함께 녹음이 우거진 마을 길을 자전거를 타고 달릴 때, 수풀에 드러누워 서로를 말없이 마주볼 때, 한밤중 취한 채로 마을 곳곳을 누비고, 또 누비며 자지러질 때. 그럴 때 우리에게 전해지는 건 이성애와 동성애 벽을 넘어선 '사랑'이란 감정의 물화된 '결'이다.

 소설 '그해, 여름 손님'이 원작인 영화다. 그럼에도 대사와 내레이션에 그리 의존하진 않는다. 서로의 눈빛과 표정만으로도 모든 것이 설명되는 식이다. '한여름 밤의 꿈'일지 모를 사랑의 애틋함이 시적인 이미지와 사운드로 정서적 울림을 배가시킨다. 그해 여름이 지나고, 이제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올리버를 배웅하러 두 사람이 버스에 올라탔을 때, '미스터리 오브 러브(Mystery of Love)'라는 노래가 화면을 타고 흐른다. 한겨울 화덕 앞에 앉아 흐느끼는 엘리오를 클로즈업한 엔딩 신에선 '비전 오브 기드온(Vision of Gideon)'라는 우수 어린 음악이 울려 퍼진다.

 유럽 거장들을 향한 오마주는 '콜미 바이 유어 네임'을 보다 기품 있는 영화로 격상시킨다. 특정 숏, 특정 구도에서 우리는 에릭 로메르,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등의 체취를 호흡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막바지 부자의 대화 신. 극 중 가장 대사가 긴 이 신은 성소수자 아들을 비난하기보다는 감싸고, 다독여주고, 지지해주는 아름다운 아버지상을 훌륭히 제시해 보인다. 올해 오스카 진출작 중 가장 가슴 따뜻한 신이다.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은 제 영화를 이처럼 요약했다. "누군가를 순수하게 사랑할 때 우리가 얼마나 많이 바뀌는지 깨달아가는 아름다운 이야기"라고. 이 영화를 보고 나온 당신 또한 그럴 것이다. 22일 개봉.

[김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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