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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너는 여기에 없었다‘ 트라우마에 잠식된 살인청부업자
이미지 연출력 탁월한 걸작
기사입력 2018.10.07 17: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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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작(寡作)의 감독 린 램지(48)는 이미지의 힘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인물이다. 무너져가는 재개발 지역민의 일상 속 기이한 시적 정취를 포착한 첫 장편 '쥐잡이'(1999)에서부터 그 조짐은 엿보였다. 잠에서 깬 스물한 살 여성이 죽어 있는 연인을 부엌에서 발견하는 '모번 켈러의 여행'(2002) 또한 세심히 배치된 이미지들로 공허와 혼돈에 빠진 여성의 내적 세계에 고유한 시정(詩情)을 부여했던 바다. 모성이 거세된 듯한 어머니와 그런 그에게 보라는 듯 기행을 하는 아들 이야기 '케빈에 대하여'(2012) 역시 그러했다.
그의 네 번째 장편 '너는 여기에 없었다'는 살인 청부업자 조(호아킨 피닉스)를 내세운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조는 납치당한 상원의원의 딸 니나(예카테리나 삼소노프)를 구출해야 한다. 그는 모친과 자신을 학대하는 부친 밑에서 자란 불운한 사내다. 이제 중년임에도 노모와 사는 그는 지금도 불시에 그때의 기억과 전쟁 트라우마에 기습당한다. 그는 제 영혼을 감싼 아픈 과거의 사슬을 미처 끊지 못해 시름하고 있다. 상흔으로 범벅된 그의 육신과 하관을 감싼 수염은 마치 탈진한 야수의 그것 같다. 그는 미처 자살하지 못해 타살하는 사람처럼 보인다.

영화는 그런 조의 황폐한 내면을 지속적으로 이미지화한다. 어린 시절 그러했듯 비닐 봉지로 안면을 감싸 자살하려 하는 그의 클로즈업된 얼굴, 흉터 투성이의 두꺼운 육체, 무력감과 무심함이 뒤섞인 빛바랜 눈빛…. 육화된 고통이란 아마도 이런 것일까. 조의 트라우마가 화면 가득 전경화될 때면 이상하리만치 사로잡힌다. 서사의 진행과는 무관한 이 여백의 이미지들은 강렬하다 못해 숨이 턱턱 막히는데, 살해당한 노모를 안고 강물에 들어가는 신에 이르면 린 램지가 과연 영화의 이미지를 얼마나 시적인 경지로 끌어올릴 수 있는 감독인지를 절감하게 된다.


이 영화의 매력을 몇 마디 언어로 해명하기란 힘든 일이다. 하지만 이렇게 말할 수는 있을 것이다. '너는 여기에 없었다'는 영화적인 영화이며 올가을 보기 드문 걸작이다. 제70회 칸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과 각본상 수상했다. 4일 개봉.

[김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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