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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개봉 영화 ‘블랙팬서‘, 9할이 흑인 배우인 秀作 히어로물
기사입력 2018.02.07 02: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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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팬서'는 마블 사상 최초로 흑인배우가 주인공인 히어로물이다. 이것은 그 자체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변모 중인 할리우드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어서다. 아이작 펄머터 마블 코믹스 최고경영자가 "흑인은 다 똑같이 생겨 관객들은 모를 것"이라는 인종차별적 망언을 내뱉은 게 불과 10여 년 전이다.
콘텍스트적인 측면만 보더라도 '블랙팬서'가 지닌 가치는 적지 않다. 배우들의 9할이 흑인이며 작가와 감독 또한 흑인이다. 게다가 라이언 카일 쿠글러 감독은 이제 겨우 서른두 살인 신예다. '오스카 그랜트의 어떤 하루'(2013)로 칸, 선댄스 등 유수 영화제에서 수상한 이 떠오르는 샛별이 올해 10주년을 맞는 마블의 첫 문을 열게 된 것이다.

'블랙팬서'는 '시빌 워'(2016)에서 인상적 조연 중 하나이던 티찰라(채드윅 보스먼)의 왕위 계승기를 그린다. 그는 비브라늄 유일 생산국인 와칸다의 새로운 왕이 될 적임자다. 물론 그 계승기에는 혹독한 시련이 예고돼 있다. 과거 아버지의 과실을 계기로 티찰라를 적대하게 된 에릭 킬몽거(마이클 B 조던)가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티찰라가 전통을 중시하는 온건주의자라면, 에릭은 30억 흑인의 세상을 꿈꾸는 급진주의자다.

영화는 아프리카의 다양한 부족이 평화로이 공존하는 와칸다 왕국을 이채로운 색감들로 수놓는다. 극 초반 티찰라의 왕위 수여 부분은 그 매혹적인 이미지들을 오롯이 음미할 수 있는 명시퀀스다. 영화가 와칸다를 내세워 현실 속 최빈국들로 구성된 아프리카를 전통과 첨단이 공존하는 별세계로 묘사한 것 또한 눈여겨볼 점이다. 15일간의 부산 촬영분도 극 중 흥미롭게 다뤄진다. 쿠글러 감독은 팬 서비스 차원을 넘어 광안대교, 자갈치시장 등을 구석구석 활보하며 부산의 공간성을 카메라에 충실히 담아내고 있다. 그 공간을 누비는 두 흑인 여배우의 개성과 존재감이 도드라지며 티찰라의 여동생 슈리 또한 이 영화의 '신스틸러'라 해도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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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 영화의 장점은 화려한 그래픽과 화끈한 액션이다. 아무 생각 없이 시간을 보내기에 마블 영화만한 것이 없다. 마블의 대표작 '어벤저스'를 떠올려 보자. 각자 개성을 자랑하는 히어로들이 능력을 뽐내다 보면 두 시간은 휙 지나가 버린다. 당초 진지함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마블만의 장점은 '킬링 타임'에 제격이라는 것이다.

'블랙팬서'는 마블 영화답게 흥미로운 히어로가 등장한다. 아프리카 가상 국가 와칸다의 왕자인 티찰라가 주인공이다. 아버지의 암살로 왕위에 오르면서 겪는 일들이 큰 줄기를 이룬다. 일반 관객들에게 익숙한 전형적인 히어로물이다.

어찌 보면 적당히 그래픽과 음향만 잘 버무리면 합격점을 얻을 수 있을 듯하지만, '블랙팬서'는 아쉽게도 미달한다. 문제는 마블답지 않게 진지함을 장착하려 했지만 서사와 주제가 그다지 새롭지 않다는 것에 있다. 서사 구조는 어디서 많이 본 듯하다. 마치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를 보는 듯한 전형적인 영웅 서사시를 차용했다. 시련에 굴복하지 않고 반전과 반전을 거듭하며 강해지는 주인공의 모습은 진부하다. 주제 의식도 마찬가지다. 엉뚱하게 흑인 해방을 들고 나온다. 온건파와 급진파의 대립 속에서 모두를 만족시키는 결론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다. 진부함과 진부함이 겹치니 상상력을 자극하지 않는다. 마블 영화치고는 두 시간이 더디게 간다.

기존 마블 공식을 탈피해 재미와 진지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좇으려는 시도는 인정할 만하다. 어떤 감독이라도 흥행과 작품성을 동시에 추구하려는 욕심을 갖는다. 그러나 본업과 부업을 헛갈리면 잘해야 본전이다. 마블 영화를 볼 때 기대하는 그래픽, 액션, 음향 같은 장점은 '블랙팬서'에서도 유감없이 드러난다. 본업은 합격점이다.
그렇다고 자신감이 지나쳐 괜히 부업에 나서다 본전도 못 찾을 수 있다. '블랙팬서'가 그런 꼴이다. 진지한 주제 의식을 담으려면 새로운 서사와 주제를 담아야 하는데 완벽히 실패했다. 말이 콧등에 뿔을 꽂는다고 유니콘이 되는 것은 아니다.

[김시균 기자 / 김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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