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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기자24시] “아가씨 축제 가면 아가씨로” 독설과 막말은 다르다
기사입력 2018.06.20 08:50:27 | 최종수정 2018.06.20 16:4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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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향희 기자]

독설은 때론 통쾌함을 주지만, 막말은 영혼을 멍들게 한다.

웃기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 해도 할 말, 못할 말, 안할 말은 가려서 해야 한다. 시원한 독설과 삼류 막말은 다르다. 엄용수가 공영방송에 출연해 그것도 생방송 도중 사고를 쳤다.
여성과 장애인을 비하하는 발언을 하고도,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했다. 무대에서 넘어지고, 감전사고가 나고, 방송에서 옷을 벗는 것만이 사고가 아니다.

엄용수는 지난 14일 ‘아침마당’에 출연, “고추 축제하면 고추로 (출연료를) 받고, 딸기 축제 하면 딸기로 받고, 굴비 아가씨 축제를 하면 아가씨로 받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성희롱 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가. 난 뛸 수 없기 때문에 금방 붙잡힌다”고 자신의 막말을 정당화했다. 여성 비하 발언 뿐 아니라, “6급 장애인이 된 뒤 교통비 30% 할인 받아 가만히 앉아 1년에 천만원을 번다”고 한술 더 떠 비판을 받았다. 앞서 엄용수는 교통사고로 엄지 발가락을 잃고 6급 장애인 판정을 받은 바 있다.

발언 도중 진행자가 한번 제지하는 액션을 보였으나 그가 던진 말은 “개그맨인데 웃기지도 못하냐”는 말이었다.

방송 이후 시청자들은 “여성과 장해인 비하 발언”이라며 강하게 항의했고, 서울 장애인 차별 철폐연대·전국 장애인 차별 철폐연대 등 6개 장애인 인권단체들과 민주언론 시민연합 역시 비판 성명을 냈다.

제작진은 사과를 하면서 “엄용수가 장애 등의 역경을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삶에 임하라는 메시지와 현금보다는 인간적 의리를 중요시 한다는 본인의 의지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적절치 못한 발언이 방송됐다”고 해명했다.

이어 “녹화 방송이면 충분히 편집에서 거를 수 있는 내용이었지만 생방송이었기 때문에 이 또한 여의치 못했다”며 “엄용수는 물론, 제작진은 장애우 및 여성들을 비하 할 의도가 전혀 없었음을 밝히며 진심으로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사과했다.

막말도 폭력이다. 말로 입은 상처는 칼로 베인 상처보다 깊고 아프며 오래간다. ‘막말 하고 튀면 뜬다’는 트렌드가 방송가에서 한때 통했고 지금도 여전히 통하기도 한다. 말 많고 목소리 크고 센 발언을 하면 좀 웃긴 사람은 되지만 주목을 받고, 작가와 PD는 그들을 더 열렬하게 섭외해 시청률의 도구로 삼는다.

정치판은 더 심각하지만, 연예인들의 막말 역사는 열거하는 것조차 피곤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되풀이되고 있는 고질적인 병폐다. 여러 번의 막말로 도마에 올랐던 장동민은 “웃음만을 생각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내뱉는 발언들이 세졌고, 좀 더 자극적인 소재와 격한 말들을 찾게 됐다”며 “‘재미있으면 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을 가졌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사회적으로 파장을 몰고온 막말이었다 해도 ‘사과’와 일정의 ‘자숙 기간’만 거치면 활동을 재개한다. 해당 연예인 혹은 소속사(방송사)가 사과하고, 수위에 따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제재하거나 주의 결정을 내리는 선에서 그친다. 이같은 전개방식은 소모적이다. 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자막이 대성행하면서 ‘막말’은 이제 웃음을 주는 코드로 인식되기도 한다. 자연스럽게 일상생활에 스며들어 자정기능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이쯤되다 보니 영향력 있는 인물들의 공개 막말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는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화술에 능한 것은 말을 잘하는 게 아니다.
말은 그 사람의 인격이다. 막말은 표현의 문제라기보다 생각의 문제이고 마음의 문제다.

유명인들의 막말, 특히 방송에서의 막말은 연예인 개인을 넘어 제작진의 의식이나 자질과도 연결된다. 그래서 더 엄격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happy@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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