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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수범이 19년전 日로 빼돌린 15세기 보물급 묘지석 환수(종합)
기사입력 2017.09.12 11:06:11 | 최종수정 2017.09.12 11:4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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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소장자, '이선제 묘지' 국립중앙박물관 기증…"양국 신뢰 돈독해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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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제 묘지의 앞면(왼쪽)과 뒷면.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제공]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국내 문화재 밀매단이 1998년 6월 김포공항을 통해 일본으로 불법 반출했던 15세기 조선 묘지(墓誌·망자의 행적을 적어 무덤에 묻은 돌이나 도판)가 돌아왔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하 국외재단)은 조선 전기 호남을 대표하는 인물인 필문 이선제(李先齊, 1390∼1453)의 광주 무덤에서 알 수 없는 시기에 도굴됐다가 일본에 건너간 묘지를 일본인 소장자 도도로키 구니에(等等力邦枝, 76) 씨로부터 넘겨받아 지난달 24일 국내로 들여왔다고 12일 밝혔다.

국외재단이 가져온 이선제 묘지는 도도로키 씨의 의사에 따라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됐다.

이선제 묘지는 높이 28.7㎝, 장폭 25.4㎝이며 단종 2년(1454)에 상감 기법으로 만들어진 분청사기다.

명문(銘文)은 묘지의 앞면과 뒷면, 측면에 248자가 있고, 보존 상태는 양호한 편이다.

이 묘지는 2014년 10월 존재를 확인한 국외재단의 치밀한 조사와 끈질긴 설득 끝에 환수됐다.

국외재단은 일본 고미술상 와타나베산포도(渡邊三方堂)의 소개로 이선제 묘지를 알게 됐다.

이후 자료 조사를 통해 이 묘지가 현대에 매매된 불법반출품이고, 일본으로 넘어가기 전인 1998년 5월에도 부산 김해공항에서 반출 시도가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당시 김해공항에서 반출을 막았던 감정관 양맹준 전 부산박물관장은 이선제 묘지의 그림을 그려놓았는데, 이 자료가 도난품임을 입증하고 환수를 끌어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국외재단은 2015년 12월 일본 후쿠오카에서 현 소장자의 남편인 고(故) 도도로키 다카시(等等力孝志, 1938∼2016) 씨를 만나 "불법 반출 사실을 모르고 구매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도난 문화재지만 도도로키 다카시 씨의 소유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국외재단은 한국에 있는 이선제의 후손들이 환수를 원한다고 설득했으나, 그는 2016년 11월 지병으로 사망했다.

국외재단은 올해 2월 일본에서 도도로키 구니에 씨를 다시 만나 기증을 권유했고, 결국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유권을 이전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도도로키 구니에 씨는 "묘지 기증으로 한일 양국 사이에 신뢰와 정이 돈독해지길 바란다"며 "남편은 일본인과 한국인 모두 조상을 섬기는 마음이 있다는 점에서 이선제 묘지에 예술적 가치 이상의 중요성이 있다고 말해 왔다"고 기증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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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2일 일본 도쿄에서 이선제 묘지를 김홍동 국외소재문화재재단 김홍동 사무총장(오른쪽)에게 전달하는 도도로키 구니에 씨.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제공]

이번에 돌아온 이선제 묘지는 현재 보물로 지정된 분청사기 상감 묘지 4점이 15세기 전반에 완성됐다는 점에서 제작 시기는 다소 늦지만, 묘지의 주인공이 명확하고 형태가 독특해 보물급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김영원 전 국립문화재연구소장은 "이선제 묘지는 위패(位牌)를 세운 형태지만, 지붕과 받침이 없어 소략한 느낌을 준다"며 "기발한 수법으로 단순화한 위패형 묘지로, 다른 분청사기 묘지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유형"이라고 설명했다.

본관이 광주인 이선제는 조선 세종 연간에 '고려사'의 내용을 수정하고 태종실록을 편찬하는 데 참여했다.

이어 병조참의, 강원도 관찰사를 지냈고, 문종 때는 예문관 제학에 올랐다.

이선제 묘지의 실상이 563년 만에 국내 학계에 알려지면서 생몰년조차 확인되지 않았던 그의 행적이 한층 자세히 밝혀질 전망이다.

이종범 조선대 교수의 묘지 번역문에 따르면 이선제는 경오년(1390, 공양왕 2년)에 태어났고, 계유년(1453, 단종 1년) 겨울 경사(京師, 서울)에서 세상을 떠났다.

이후 갑술년(1454, 단종 2년) 봄 상여가 돌아와 광주 남촌 만산동 조부의 묘 옆에 안장됐다.

한편 국립중앙박물관은 19일 오전 10시 교육관에서 기증자를 초청해 유물 설명회를 연다.

이어 20일부터 10월 31일까지 조선실에서 이선제 묘지를 전시한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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